[고전영화 리뷰] 84번가의 연인(84 Charing Cross Road, 1987)

2021. 2. 2. 00:00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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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 1987년. 미국, 영국. 드라마, 멜로, 로맨스 / 100분
감독 : 데이빗 휴 존스
출연 : 앤 밴크로프트, 안소니 홉킨스, 주디 덴치, 진 드 베어

줄거리

요즘 시대에는 어리석고 순진하기만 한 사람들로 치부될 수도 있는 사소한 것에도

큰 감동이 있을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작품으로 보기 드문 플라토닉한 사랑을 그린 감동 깊은 영화.

가난한 작가인 헬레인 헨프는 대단한 독서광으로 읽고 싶은 고전들을 싸게 사 보기 위해

영국 런던 84번지에 있는 중고책방에 편지로 책을 주문한다.

이를 계기로 서점 직원 프랭크 도엘과 평생을 정신적 교류로 나누는 정신적 연인이 되어

편지로만 희노애락을 함께 한다.

때론 귀한 책 한 권에 함께 감동하고 때론 분노하면서 사소한 주변 얘기도 곁들어 가며,

인생을 논할 수 있었던 건 프랭크, 헬레인 두 사람도 따뜻한 인간애와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정신적 여유에

유머가 풍부한 점에서 비슷하기 때문이다.

프랭크가 죽기까지 영국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헬레인 프랭크가 죽고 난 후,

어느 날 문득 그토록 동경했던 그 서점에 가서 감상에 젖는다.


미국의 가난한 무명작가와 영국 중고 책방 주인 프랭크와 한 장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두 사람의 인연이 깊어지는 영화.

디지털 시대에, 아직도 아날로그가 좋아 편지를 쓰는 저에게 너무나도 좋은 영화였습니다.

보는 내내 재미있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또 눈물 한 번 훔친 영화네요.

앤 밴크로프트와 안소니 홉킨스의 과하지 않은 잔잔한 연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안소니 홉킨스 배우는 진짜 눈빛만으로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 같아요.

서로 만나는 장면 없이, 편지 한 통으로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고, 취미와 좋아하는 것들을 나눈다는 그런 감정을

고스란히 잘 담아내서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둘은 한 번도 만난적이 없지만 편지를 서로 주고받으며, 애정을 싹 틔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뭔가 애정이 느껴지는 연인관계, 혹은 편한 친구같은 우정. 그 사이에 있는 느낌이었어요.

남녀관계로 봤을 때 둘이 정신적 불륜사이였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지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애틋한 관계의 우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편지를 쓰는 일이 잘 없죠. 저는 크리스마스만 되면 주변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는데,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았을 때의 설렘을 알기 때문에 제 주변인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길 원하거든요.

이 영화 또한 편지와 택배를 통해 설렘을 가져다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너무 따뜻한 영화였습니다. 


"안녕, 프랭크. 저 왔어요."

미국에 사는 헬레인은 가난한 무명작가로, 싼값에 고전 작품을 구할 수 없고,

영국 문학책 한 권 구하기 힘든 것에 분노하며 찾고 찾다, 영국 런던의 헌책방 광고를 보고 연락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가난한 무명작가인 헬레인은 독서광으로 다양한 책을 읽고 싶지만, 그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런던의 헌책방 광고를 본 뒤, 바로 편지를 써서 주문서까지 넣어 보내게 됩니다.

헬레인이 구하고 싶었던 고전 작품들은 영국 런던 헌책방에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고 덕분에 헬레인은 편지를 수신한

헌책방 직원인 프랭크와의 인연을 이어가며 보고 싶은 책을 주문할 수 있게 됩니다.

헬레인은 편지를 통해 수많은 책을 주문하며, 자신의 일상을 전하기도 합니다.

프랭크는 헬레인의 편지를 보고, 그녀가 주문하는 책을 찾으면 잊지 않고 답신을 했고, 그들은 서로 편지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당시 영국은 전쟁 이후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배급이 정해져 있었고, 고기 또한 자유롭게 사 먹을 수 없었습니다.

헬레인은 그런 사정을 알고, 프랭크와 서점 직원들을 위해 추수감사절 및 크리스마스 등의 명절 때마다

계란과 소세지, 통조림 캔 등의 식품을 보내주었습니다.

서점 직원들은 이미 그녀의 편지를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음식까지 챙겨주니 고마움을 담아 그녀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고, 그들 모두 헬레인과의 우정을 나누며 서로의 일상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심심한 이야기들이지만 영국과 미국이라는 먼 나라에서 서로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키워나갔습니다. 서점 직원들은 그녀의 편지를 기다렸고, 헬레인 또한 서점 직원들의 편지를 받으며

미소 짓고 즐거워했습니다.

사무적이고 무뚝뚝했던 프랭크 또한 헬레인의 편지를 개인적인 것으로 생각할 정도로 그녀의 편지를 받고,

답신을 보낼 땐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헬레인의 자유분방한 편지와 책을 향한 애정에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된 것이죠.

헬레인과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녀를 애정 어린 마음으로 대하고, 정신적 교류를 통해 살기 어려운 삶에

힘을 얻기도 합니다.

헬레인이 중간에 영국 여행을 가려고 했지만, 치과 치료를 위해 돈을 써야 했고, 또 추후에는 퇴거 명령이 떨어져,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야 했기 때문에 영국 여행을 갈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둘은 죽을 때까지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편지를 계속 주고받고,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서로를 그리워하다 끝나는 것이

여운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프랭크의 아내가 헬레인에게 편지를 쓰며, 그가 얼마 전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죠.

그러면서 헬레인을 질투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가끔씩 그녀에게 편지를 써도 되냐고 묻는데 뭔가 뭉클하더라고요.

결국 헬레인이 영국 여행을 결심하고, 아무도 없는 서점의 비어있는 프랭크의 자리를 보며,

인사를 하며 끝이 나는데 정말 여운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책과 편지를 소재로 이런 멋진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데 감탄했고, 헬레인이 읽은 책들을 저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귀한 책 한 권에 함께 감동하고, 책을 읽고 나서 분노하고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하며

문학과 예술, 인생을 논하는 두 사람이 참 부러웠던 영화였습니다. 그들은 소울메이트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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