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영화 리뷰] 남아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 1993)

2021. 2. 1. 00:00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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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 1993년. 영국, 미국. 드라마, 로맨스, 멜로 / 138분
감독 : 제임스 아이버리
출연 : 안소니 홉킨스, 엠마 톰슨, 제임스 폭스, 크리스토퍼 리브, 피터 본핸, 휴 그랜트, 마셀 론데일, 팀 피곳 스미스

줄거리

1958년, 스티븐스(Stevens : 안소니 홉킨스 분)는 영국 시골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하며 그는 1930년대 국제회의 장소로 유명했던 달링턴 홀,

그리고 주인 달링턴 경(Lord Darlington : 제임스 폭스 분)을 위해 일해왔던 지난날을 회고해 본다.

당시 유럽은 나치의 태동과 함께 전운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었다.

스티븐스는 그에게 충성을 다하지만, 독일과의 화합을 추진하던 달링턴은 친 나치주의자로 몰려 종전 후,

폐인이 되고 만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자신의 맹목적인 충직스러움과 직업의식 때문에 사생활의 많은 부분이 희생되었음을 깨닫는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도 못했고, 매력적인 켄튼(miss Kenton : 엠마 톰슨 분)의 사랑을 일부러 무시했고

몇 년 동안 켄튼과 스티븐스의 관계는 경직되어 왔다.

내면에서 불타오르는 애모의 정을 감춘 채 스티븐스는 오로지 임무에만 충실해 온 것이다.

결국 그의 태도에 실망한 그녀는 그를 포기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야 만다.

지금 스티븐스는 결혼에 실패한 켄튼에게로 향하고 있다.

그녀를 설득시켜 지난날 감정을 바로잡아 잃어버린 젊은 날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그러나 이러한 희망마저 무산되고 그는 새 주인에 의해 다시 옛 모습을 되찾게 된 달링턴 성으로 혼자서 외로이 돌아온다.

지난날의 온갖 영욕을 이겨내고 꿋꿋이 살아남은 달링턴 성은 어쩌면 자신과 조국 영국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했던 영화. 넷플릭스를 즐겨보다 보니, 요즘 고전영화 보는 재미가 있네요.

그러면서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안소니 홉킨스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하나하나 뒤져보면서, 넷플릭스에 있는 고전영화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1993년도에 나왔던 영화더라고요.

영화는 영국과 미국의 합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있는데 소설의 제목은 '남아 있는 나날'로 노벨 문학 수상작품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난 후, 사람들의 리뷰를 일본 문화를 영국으로 재해석했다는 말이 있어서, 무슨 말인가 했더니 남아있는 나날의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일본계 영국인이라고 하더라고요. 1989년에 남아있는 나날이라는 작품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했고, 2017년에는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얻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2016년도에 작가 한강님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했죠. 일단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안소니 홉킨스 배우의 눈빛이라던지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를 아주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결국은 사랑을 다시 되찾지 못하지만, 그 애절함과 애틋함이 눈빛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저녁은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에요."

달링턴 성의 집사인 스티븐스가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달링턴 성의 저택은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그 주인의 권유로 스티븐스는 휴가를 떠나지만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

총무로 같이 일했던 켄튼양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두 사람은 달링턴 저택에서 집사장과 총무로 같이 일을 했고, 자연스럽게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집사라는 직업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스티븐스는 사랑보다 일이 전부인 사람입니다.

켄튼양을 뽑을 때도 말했죠. 절대 연애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입니다.

그 정도로 자신이 하는 일에 프로정신을 갖고 일하길 바라고, 사적인 감정은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그래서 켄튼양을 면접 볼 대도 그런 말을 해줍니다.

여기 켄튼양이 오기 전에 부집사로 있던 사람과 총무가 서로 연애를 했고, 그렇게 야반도주를 했다고 이야기를 하죠.

사내 연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면접 볼 때 늘 그 말을 사람들에게 해줍니다.

달링턴 성은 정말 화려합니다. 그 화려한 저택을 유지할 수 있던 건 뒤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만큼 달링턴 성은 훌륭한 역사의 기록이 굅니다.

1930년 전쟁을 앞두고 영국의 총리를 비롯해 각국의 대사 및 정치인들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친 곳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인물들이 다 같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스티븐스는 아버지가 집사로 열심히 살아왔던 것처럼 본인도 위재한 집사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완벽한 집사가 돼야 하는 것이죠. 집사는 위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인도 평생을 집사에 올인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켄튼과 일을 하면서, 그런 켄튼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그녀의 감정을 알면서도 경계하며

오직 일에만 집중합니다. 스티븐스는 아버지의 임종을 접한 순간에도 본인이 맡은 일을 끝내고 복귀합니다.

스티븐스는 누군가 괜찮냐고 물어도 좀 피곤할 뿐이다라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사람이죠.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않고, 켄튼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에 경계를 치는 것 또한 품위 있고,

위엄 있는 집사가 되기 위한 처세술인 거죠.

달링턴 성의 주인인 달링턴 경은 세계 평화에 모든 것을 바치는 평화주의자였습니다.

1930년 각국 대사들이 모여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던 달링턴 저택.

하지만 달링턴 경은, 오히려 히틀러에게 이용당했고 2차 세계대전 후, 나치에 협력했다는 죄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달링턴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달링턴 성은 달링턴 저택의 평화 회의에 참석했던 미국 하원의원 출신인

재력가 루이스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달링턴 성의 새 주인이 된 루이스는 스티븐스에게 휴가를 주었고, 스티븐스는 생전 처음 휴가를 받아

영국의 시골 마을로 여행을 떠나게 되죠. 스티븐스가 휴가를 제안하며, 여행을 하며 세상사는 아는 것도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스티븐스는 루이스에게 과거에는 이 집에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볼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죠.

달링턴은 여행을 떠나면서도, 저택에 업무 분담이 중요하다며 전에 총무로 일했던 켄튼양을 영입하려고 합니다.

켄튼은 스티븐스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불행했던 결혼생활과 달링턴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뉘앙스의 글을 씀으로 인해,

스티븐스는 혹시나 하는 새로운 희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도중에 차가 고장 나 근처 작은 마을에서 하루를 묵게 된 스티븐스는 그곳 마을 사람들의 정치적인 얘기를 함께

나누게 됩니다. 유명인들을 만나봤다는 스티븐스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그를 정치계 거물 정도로 회자됩니다.

스티븐스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누구를 모셨던 집사라고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차를 태워다 준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게 되죠.

스티븐스는 자신이 모셨던 주인이 나치에게 이용당했고, 영국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인생 전부가 부정당하는 것이니까요.

달링턴 성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집사인 스티븐스는 다 듣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물으면 대답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들은 적이 없습니다. 아는 게 없어서 답변을 드릴 수 없습니다.'라고만 하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눈뜬장님일 뿐입니다. 그저 집사라는 직업에만 충실할 뿐이죠.

결국 스티븐스는 켄튼을 오랜만에 만나게 됩니다. 스티븐스는 켄튼에게 달링턴가로 복귀할 것을 제안하지만,

그녀는 끝내 거절하고 맙니다.

자신의 딸이 임신을 했고, 딸을 돌보기 위해서는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떠나기 어렵다는 것이었죠.

켄튼과 아쉬운 작별을 고한 후, 스티븐스는 새 주인이 된 루이스를 위해 남은 시간을 살겠다고 결심합니다.

결국 켄튼과 재회했지만 둘은 이어지지 못한 채, 각자의 길을 택했고 스티븐스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집사로서의 하루를 다시 시작하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누구에게나 회한은 남는다고 하죠.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나날들을 되돌아볼 때 후회라는 것을 합니다.

하지만 그 후회를 토대로 다시 살아가야 할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거죠.

켄튼양이 말한 것처럼, 저녁은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입니다.

낮동안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고 돌아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죠.

우리 인생의 저녁 시간이 끝나지 않은 것처럼 스티븐스의 저녁도 아직 끝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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